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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에 있어 줘

wawab 2021. 1. 4. 21:52


내 곁에 있어줘

네가 유난히도 일찍 잠든 밤, 밤잠을 몇 번이나 깨게 될까 속으로 헤아려 본다. 아마도 오늘 밤은 통잠 자기는 글렀구나. (휴대폰으로 모로반사는 언제까지 하는지, 아이의 팔을 언제까지 묶어두어야 할런지 따위를 검색하다 나도 잠이 들었다)

나는 때로 아이가 있는 현실이 생시인가 싶다. 꿈은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되면서 현실은 오히려 꿈 같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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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우리 집이 아닌데 우리 집이다. 오래 된 주공 아파트다. 스산하고 어스름한 저녁이다. 전조가 좋지 않다. 이미 악몽이라는 예감이 온다.

아파트 계단을 타고 올라간다. 오르는 계단에 웬 남자가 앉아 있다. 분명 나는 올라가는 방향이었던 것 같은데 그 남자를 알아채고 보는 시선은 내려다 보는 방향이고 그의 등과 모자를 눌러쓴 옆 얼굴만 간신히 보인다. 오를 때도 보았을까? 그 사이의 기억은 없다. 그는 이 아파트의 경비원인가 보다. 아파트의 계단을 청소하려고 하나보다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그가 앉은 자리 앞에 청소 도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썩 좋은 느낌의 사람은 아니다. 나는 단지 경비원이 왜 청소를 하지? 라는 생각만 했던 것 같다.
꿈은 이어지기 보다 드문드문 끊겨 있으나 이 꿈은 아까 그 계단을 지나왔던 꿈의 연속이라는 것을 느낀다. 집 안도 뭔가 스산하고 끈적하다. 나는 아이와 함께 있다. 잠에 들 때처럼 꿈에서도 함께 자려고 하는 중인 듯 했다. 그런데 뭔가 께름칙한 것을 느꼈는지 아이를 안으려 한다. 그러나 그때마다 제대로 안아지지가 않는다. 이것은 보호의 행동인 것으로 느껴진다. 내 등으로 무엇인가 나쁜 것을 막으려는 듯, 누워서 껴안으려 뻗는 내 손이 절박하다. 오래된 주공 아파트의 세간살이가 넉넉하지 않은 것 같다. 어떻게든 덮어주려 애쓰는 이불이 군데군데 해져 있다. 이불인지 옷깃인지에서 동전이 나온다. 구멍난 점퍼의 주머니를 벗어난 동전이 옷감 여기저기를 누비다 우연히 손가락에 걸려 나오는,그런 느낌이다. 그런데 갑자기 동전이라니...이 무슨 개똥같은 개연성인지.
동전을 발견한 것이 반가웠던가? 보통 공으로 생긴 동전은 반가울진데 계속해서 발견되는 동전은 ‘긍정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게임에서 보스몹이 나타날 전조로 여겨지는...동전들이었다.
아니나다를까 나의 불안감은 커져가고 기어이 무언가가 내 등을 휘감는다. 내가 내 아이를 껴안지 못하게 막는 것 같다. 휘감는다 해야할지 쩌억쩌억 달라붙는다고 해야할지...전혀 유쾌하지 않다. 서늘하고 감전된 듯한 느낌이다. 괴롭다. 나는 억지로 각성하기를 애쓴다. 강렬하게 꿈에서 벗어나고 싶다.

악몽은 깨어 날 때가 되어서야 꿈인 것을 깨닫는다. ‘위기’라고 생각되면 꿈이라 자각하고 번뜩 깨이고 만다.

악몽에서 깨어 베개를 네 쪽으로 더 당겨 눕는다. 네 이불 속을 더듬어 네 작은 손을 잡고 손가락을 하나하나 매만져 본다. 그제서야 비로소 써늘하게 요동치던 내 가슴이 진정된다. 내가 너의 보호자가 아니라 네가 나의 수호신이었다. 서늘해진 가슴과 식은 어깨를, 잡고 있는 네 작은 손이 서서히 데운다.
고마워... 네 손가락의 형태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나는 너에게 매달린다. 다시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