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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커튼을 열자마자 ‘오, 오늘도 맑네’
구름이 있는지도 확인한다.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전날 밤에 보일러를 조금 더 틀어서인지 오늘 기온이 따뜻해서인지 아침 실내온도도 높다)
맑은 날은 빨래하는 날. 이것은 시골라이프의 공식이다. 응당 그리해야 하는 것이다.
연우 빨래와 외투 몇 가지, 일반 빨래 약간을 해서 널었다. 복장은 며칠째 색상만 바뀌는 티셔츠와 레깅스 차림에 누빔이 든 바람막이다.
빨래를 널면서 거실 창을 두드려 연우를 꾀었다. 오늘도 실눈으로 배시시 웃는다. 한창 널기에 집중하다 고개를 드니 연우가 가실창과 커튼 사이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 창틀에 뭐가 있는 모양인지 유심히 보고 있다.

날이 따뜻하기에 점심을 먹고, 먹인 후에 동네 산책을 나갔다. 이제는 아기띠도 유모차도 없이 나간다. 뾱뾱이 신발을 신나게 찍어가며 뽀작뽀작 잘도 걷는다.
바닥에 떨어진 돌 하나마다 잡동사니마다 일단 정지해서 만져 본다. 어르신들 텃밭 흙을 가지고 놀고 돌을 줏어다 이웃집 빗물배관 구멍에 살짝 넣어 놓기도 하고, 마른 잡초를 뽑아다 그대로 앉아 놀기도 한다.
우리 마을에는 놀이터가 없지만 이 정도로도 거하게 노는 것 같다.
골목 곳곳을 누비다 마을 아저씨가 세워 둔 오토바이 엔진소리에 맞춰 춤을 추…응?..춤을 춘다… (내딸이지만 이 아이의 댄스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겠다. 댄스 최애곡을 꼽자면 1위 비트박스, 2위 상어가족, 3위 전기 밥솥 칙칙칙 소리) 아무튼, 기막힘과 부끄러움은 내 몫으로 하고 동네를 마저 돈 뒤에 엄마 손에 연행(?) 되어 귀가조치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