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이 선뜻 써지지 않는다.
그보다 글을 쓸 마음이 선뜻 생기지 않는다고 봐야할 것이다.
뭔가 시작할 때 곧장 해보기 보다는 이리저리 재어보는 습관 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게시해야 한다는 생각에 좀 더 잘 써야한다든지, 정리해서 올려야겠다든지 하는 영양가 없는 생각에 빠지게 되서 일까도 싶다.
아니면 뭔가를 창작한다는 쪽으로 머리를 쓰고 싶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다. 한결 낫긴 하지만 여전히 몸도 피곤하고 아이가 잘 때 틈틈히 써야하니 흐름이 끊기는 것도 싫고...
그래서 흐름이 끊겨도 무리가 없고 그저 몰입만 할 수 있는 필사에 점점 더 매달리게 되는 것 같다.
뭔가 써볼까 하는 생각은 항상 머리 주위를 맴돈다. 나의 여러가지 상황들이 문장이 되어 머릿속을 떠돌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들을 잡아채어 늘어놓고 배치하다보면 처음 떠올랐던 그 ‘맛’이라는 게 희석 되어버려서 밍밍한 글이 되어 버린다. 그러면 그 글의 조각들을 나열하다 이내 관두고 만다.
내 주위를 떠돌아 다니는 문장들과 운율과 나머지 춤 추는 여러가지들을 종이 위에 끄집어 내리던 능력이 많이 퇴화 되어 버린 것 같다. 예전에는 글을 쓰지 않으면 가슴이 갑갑해서 죽을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 손가락을 말아넣고 놓아 버렸다. 아무 의미도 없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저 나의 미련 때문에 남아 있어 주는 건지 모르겠으나 가늘게 가늘게 채 끊지 못한 인연처럼 자꾸 이어진다.
점점 애증이 되어 갈텐가...글마저.
그저 사랑만 하고 싶은데...글에는 증오를 담고 싶지 않은데.
순수를 잃지 않았던 시절 친구가 내게 말했던 것처럼 “너는 변하지 말았으면 좋겠어.”라고 했듯, 글에 대한 내 마음 또한 같다.
그러나 꽤 많이 놓았고 쉬었고 틀어졌으며 잃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고이고 썩는 것도 변화다.
차라리 좋게 변할 것을...
꾸준히 쓰는 것은 쓰는 훈련이다. 나는 참 쓸데없는 상념에 훈련할 시간을 놓치고 있다.
오늘처럼 써보자.
의식의 흐름대로.
아무말 대잔치부터.
아마 그때 그 시절이라 하는 때로는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그때로 돌아가는 변화는 겪지 못할 것이다.
그럼 지금 ‘나’로서 쓸 수 있는 글을 써보자.
게으르게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