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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왜 거기서 나와? - 6월 17일의 일기

wawab 2021. 6. 18. 23:19

📍물초울 공원 산책

빵을 사러 혁신도시로 나갔다.  
HUB 카페에서 구입했다. 카페라 커피가 주종목인줄 알았더니 빵이 상당히 맛있다.
빵을 골라담고 아이의 유모차에 실어 길 건너 노란 꽃이 보이는 공원으로 산책을 갔다.
제법 걷고 있는데 부라덜(우리는 서로 부라덜이라 부른다. 근데 왜 나까지? 시스터였던 것 같았는데 어느새)이  갑자기 저게 뭐냐며 뒤를 돌아본다.
같이 뒤돌아 서서는 산책로 한복판에 느릿느릿 움직이는 형체를 발견했다.
나는 “두더지인가?” 했는데
부라덜이 “거북이 같은데? 거북이”
응? 거북이? 응? 거북이이?!
가까이 가서 보니 거북이가 맞다. 붉은귀 거북이라던가. 생태계교란종으로 알고 있는데 내 눈을 교란시키고 있다.
그냥 임도도 아니고 잘 닦인 산책로 한가운데에서 거북이라니.
진흙발을 하고 뭍으로 올라온 거북이와 유모차를 밀다 선 우리는 서로를 의아해하며 대치했다.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우리는 거북이 의사와는 상관없이 거북이와 함께 가족 사진을 신나게 찍었고 겁 먹은 거북이는 발과 머리를 등딱지 속으로 집어 넣었다.

거북이와 함께 세미 가족사진(내가 없으므로 ㅎ)

다시 물로 보내 주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내가 물었고 부라덜은 그냥 두자고 했다.
생각해보니 내가 만일 난데없이 텔레포트 당한다면 불쾌하고 어리둥절할 것 같기는 하다. 그리고 거북이는 일부러 물에서 나온 것 같다.
그래 너는 네 길, 우리는 우리 길로 가마. 안녕 잘 살아~ 비록 한국땅에 들어와서 생태계 교란종이 되어버렸지마는 너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니.
그러니 어쨌든 잘 살아, 안녕.

그냥 끝내기 아쉬우니까 포~즈,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