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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부인의 날

wawab 2021. 10. 9. 22:36

아이를 낳고 처음으로 6시간 동안 아이 없는 시간을 가져봤다. 같이 일했던 친구 결혼식 공연 준비로 애비찬스를 얻었다.

거의 2년만에 메어 본 북은 내 체력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되었다.
한달 전에 첫 연습을 했었는데 어찌나 멘붕이 오던지…
다행히 연습할수록 몸이 기억하고 있던 것을 나도 모르게 하고 있긴 했지만서도… 이야…이거 괜찮을까 싶었다.
그래도 간만의 회동에 어찌나 반갑고 행복하던지.
그 후로 멤버들이 두번째 연습날만 기쁘고도 설레게 기다리고 있었다.
실로 오랜만의 연습에 날씨도 습해서 다들 반쯤 녹은 상태였어도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여전히 변한게 없다하고, 여전히 대표님 놀리기에 여념이 없고.
떠올릴수록 가슴이 몽글몽글 울렁울렁 뭉클한 시간이었다.
이 사람들과 그 숱한 시간을 보내왔다는게 너무 다행이고 감사하기까지 했다. 어디서 이런 진국들을 만날 수 있을까. 어디서 이런 합을 느껴볼 수가 있을까.
직장 동료로 만나서 친구가 되어 마음을 나누다니… 내 인생에 복이라면 이런게 복이 아닐까.

공연을 함께 준비해줘서 고맙다고 그녀석이 선물을 준비했다. 선물 맞지? 나 멕이는거 아니지?


와아…
그런데 말입니다…
내가 운전하던 차 안에서 이렇게 다짐을 했지 말입니다.
‘오늘만큼은 애비에게 온전히 맡기고 내 시간을 즐겨야지. 애비를 믿어야지.’ 했었지 말입니다.
근데 그게 안쉽네?
쉬는 틈이 나니까 나도 모르게 잘 보내고 있냐고 톡을 보내고 밥은 잘 먹었냐, 잘 먹더냐 전화를 하고… 몇달만에 머리카락 정리 하러 가면서 딸래미 자냐고 전화하고…
머리를 정리하고도 언질해뒀던 시간이 남았는데 막상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공에 뜬 기분으로 주차한 곳까지 걸어오고…
결국 딸이 도통 안잔다고 빨리 오라는 SOS에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다.
연습에 몰입하는 순간엔 잠시 아이와 남편에 대한 생각을 내려 놓나 싶었는데 틈틈이 스며오는 생각에 오히려 내가 못 견뎌하고 있었다.
그리고 예전엔 혼자서 서점도 가고 문구도 구경하고 하면서 잘 논거 같은데 감을 좀 잃었나 싶기도 했다.

집에 도착해서 딸래미에게 “엄마 왔다~” 하는데 머리 모양도 바뀌고 내내 엄마를 못보다 봐서 그런지 좀 삐진 것 같기도 하고.. 내외 하는 것 마냥 군다. 아빠가 퇴근했을 때랑 반응이 좀 다른데? 아침에는 잘 가라고 그동안 안해주던 빠이빠이도 신나게 했으면서…
나만 애틋한가봐.
자꾸 심통 부리고 짜증을 내고 밥도 잘 안 먹고…
괜히 맴찢이 되어 침대 모서리에 오도카니 앉아서 잠든 딸을 보고 있다.

뭐…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왔는데 떼놓고 나간 딸에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밤. 그래서 글도 이리저리 튀어 나가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