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wab 2021. 3. 6. 22:47
남편이 손수 끓인 미역국

미역국을 호로록하고 한 숟갈 마신다.
숟가락을 내려놓고 국그릇을 두손으로 받쳐든다.
국의 따뜻한 김으로 코를 쐬이며 후루룩 마신다.
찌르르르
식도를 넘기고 위로 넘어가며너 따뜻한 기운이 퍼진다.
찌뿌둥하니 여태 깨지 못한 몸과 정신이
톡토도독 움트듯 깬다.
그릇을 내려놓고 토독토독 미역줄기를 씹어본다.
그 식감이 입맛을 돋운다.
국물에 육즙을 다 내어준 쇠고기 건더기도
두어 개 떠내어 씹는다.
씹을수록 고소하다.
고기에 밑간을 해 두었다더니 맛이 있긴 있다.

국을 끓인 사람이 눈을 반짝거리며 옆에 앉아
내 반응을 살피고 있다.
맛있지만 첫 입에 간이 조금 세서 순간,
‘아구, 짜!’하고 입 밖으로 나오려던 말을
국과 함께 말아 넘기고
“기가 막히제~”하고 묻는 물음에
“맛있네~”하고 대답한다.

속으로 피식하고 만다.
저리 해맑은 강아지마냥 반짝이는 눈을 해가지고
기대하고 있는 것을 보고서도 그렇지만,
내가 복에 겨워 내 손으로 끓이지 않은 국을 마시면서 간이 어떻니 저떻니 하려 했단 말인가 싶기도 해서다.
뭐, 수를 접어주고 마니 하는 기싸움도
부부 간에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자존심을 나 위해서 써준 마음에
들이댈 필요는 없는 것이다.

표현은 좀 박하긴 하였으나
국을 연신 숟갈로 떠 마시며 나도 모르게
“으으으~~”하는 소리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