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7일의 일기-뒤집기 성공
아침부터 아이의 텐션이 상당하다. 눈뜨자마자
방긋방긋하는 거야 잘 하던 거지만 어쩐일인지 조금만 놀아줘도 꺄꺄거리며 좋아한다. 눈만 마주쳐도 웃을 기세다. 그러더니 한동안 조용했던 옹알이도 폭포수처럼 쏟아낸다.
움직임 또한 예사롭지 않다. 팔, 다리를 들고 바들바들 떨면서 부지런히 움직인다. 팔은 휘휘 젓고 다리는 나는 하기도 힘든 레그레이즈.
아빠가 폴짝폴짝 거리며 놀아주니 희한한 소리를 내면서 좋아한다. 이것이 우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영상에 담고 싶어 몇번 더 뛰어달라고 했더니 할때마다 낸다. 요녀석 오늘 상당히 귀엽다.
아기 체육관에 눕힌 채로 우리는 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데 거의 다 뒤집은 채로 체육관 가드에 걸려 발발 떨고 있는게 아닌가?!
“어머나! 얘 뒤집나봐!”
“저기에 걸렸으므로 무효! 못 봤으니까 무효!!”
이러고는 아이를 달랑 들어다 맨 바닥에 눕혔다. 걸리는 게 없으면 잘 뒤집겠지라며.
그때 부터 이녀석은 눈물겨울 정도로 열심히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다리를 바안짝 들었다가 오른쪽으로 휙, 왼쪽으로 휙, 끙끙거리며 고개를 들려고 무진 애를 썼다.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정말 될 때까지 하려는 것처럼, ‘삘’ 받은 김에 간다~라는 듯 열댓 번도 더 시도하더라. 이야... 그건 정말 132일짜리 한테 굉장히 배움직한 자세였다.
나는 최초의 뒤집기를 영상에 담기 위해 핸드폰을 연신 들고 찍어 댔다. 아니 근데 웬걸, 이 녀석이 잠깐 핸드폰 내려 놓은 사이에 홀라당 뒤집어 버린것이다!
나는 놀래서 “어머 뒤집었어!! 어머어머어머!!”하기 바빴고 남편은 또 다시 “못 봤으니까 무효!!”를 외쳤다.
그 이후로 쉽게 뒤집을 수 있으리라 믿고 다시 핸드폰을 들고 내내 딸래미 파파라치 행세를 했으나 결국 찍지 못했다. 그 대신 뒤집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아이의 기가 막힌 모습을 잔뜩 담을 수 있었다.
뒤집는 걸 한 번 더 못 봤으면 어떠랴, 뒤집기야 이제 앞으로 쭉 하게 될 것이다. 아주 잘 뒤집게 되더라도 다시 보기 힘든 귀한 장면들을 얻게 되었으니 내내 행복한 하루였다.